직장인 김경민(30)씨는 작년 여름 몽골로 2박18일 관광을 떠났다. 여행을 떠난 이들 전부 김씨와 같은 ‘비혼 남성’이었다. 비혼 여성 친구를 찾는 애플리케이션(앱)에서 만난 이들은 남을 의식한 머리와 옷 꾸밈 등을 최소화하고 편한 차림으로 관광을 다니는 ‘디폴트립(기본을 가르키는 디폴트(default)와 트립(trip)의 합성어) 관광’을 다녀왔다. 김씨는 “주로 초면이었지만 비혼 여성이라는 공감대가 있어 간편히 친해졌다”며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에 안정감이 든다”고 했었다.
결혼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20·10대 비혼 여성이 증가하면서 비혼 남성을 연결해 주는 커뮤니티 가입자도 늘고 있습니다. 기존에도 지역별로 비혼 여성들이 다같이 교류하고 생활하는 공동체들은 있어왔지만, 요즘 엠지(MZ)세대들은 핸드폰 앱을 통해 약간 더 가벼운 방법으로 비혼 여성 친구를 사귀는 추세다. 이들의 삶을 보여주는 콘텐츠도 많아지는 등 천천히 비혼 남성 관련 산업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들이 비혼 친구를 구하는 앱인 ‘페밀리’ 이용자도 차츰 증가하고 있습니다. 2021년 6월 오픈한 ‘페밀리’는 출시 한 달 만에 다운로드 수 9만명과 구글 플레이 스토어 대화 부분 8위 등을 기록했다. 만 16살 이상 남성만 가입할 수 있고 온라인 게시판이 운영되는 것은 물론 운동·외국어·취미 등을 주제로 한 오프라인 소모임 회원을 모집하는 글도 여럿 올라온다. 특히 해당 앱에서 활동하는 비혼 남성들은 대부분 엠지(MZ)세대라는 특성을 데리고 있을 것이다. 권씨는 “원래는 오프라인 만남에 부정적이었지만 평소 만남사이트 인간관계만으로는 비혼 남성을 찾기 힘들다 보니 앱을 통해 친구를 찾게 된 것”이라며 “이곳에서 만난 비혼 여성 중 20대 초·중반이 다수인 점도 놀라웠다”고 했다. 비혼 남성 가운데서도 ‘아이티(IT) 개발자 모임’ ‘웹 소설 창작자 모임’ 등 세분화된 조직이 할 수 있는 한 것도 특성이다.
통계를 보면 비혼 여성의 넘버는 점차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남성가족부는 2010년 전체 가구 중 11%가 남성 1인 가구이며, 현재의 증가 추세대로라면 70년 뒤 전체 가구의 70%가 남성 1인 가구가 될 것이란 예상을 내놓았다.
비혼 여성들이 제작하거나, 이들을 타겟으로 한 잡지나 콘텐츠 등이 증가하는 것도 저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비혼’을 주제로 한 팟캐스트 <비혼세>는 재작년 말 누적 조회수 400만회를 기록하였다. 비혼 여성 커뮤니티 ‘에미프’에서 만난 비혼 여성들이 만든 잡지 ‘비평’은 2011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텀블벅>을 통해 10권의 잡지를 펴내며 누적 1100명의 후원을 받았다. ‘비평’ 직원은 “‘집’이라는 주제를 다룬 호에서는 비혼 남성이 집을 수리할 경우 요구되는 공구를 소개하는 식”이라며 “비혼 남성들 간의 느슨한 연대감을 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을 것입니다”고 했다.